무언가 신비한 느낌이 드는 마을이었다. 발밑에 깔리는 구름으로 거리는 옅은 안개에 둘러싸여진 상황이다. 50보 너머로는 아른아른 보일 뿐 형체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감지할 정도였다. 마치 백일몽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을 주는 거리였다.
타카마가하라. 5대 신역(神域)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잇폰다타라는 타카마가하라에 있는 유일한 대장간이다. 이곳의 대장장이는 소묘 연습용 두상 같이 각진 얼굴에 몸 이곳저곳에 불똥이 튀어 생긴 화상자국이 얼룩처럼 보이는 사내였다. 항상 뜨거운 불길을 바라보아서 한쪽 눈이 멀었지만 타카마가하라에서 최고의 대장장이로 통하고 있었다.
잇폰다타라의 대장장이가 화로의 불을 끄려고 할 때 베다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자네는 또 왜 찾아왔는가?"
대장장이는 탐탁치 않은 눈으로 베다를 바라보았다.
베다. 과거 이곳에 번개수의 왕을 찾아온 이스트 앤드 최고의 마법사중 하나라 불리는 제라프의 지식을 이어받은 마법사 환영의 엘모어가 키운 유일한 제자로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현자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다는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수행은 하지 않고 놀며 지냈기 때문에 타카마가하라에서 그다지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물건 좀 만들어 줬으면 해서."
베다는 콘솔을 조작해 그것을 꺼냈다.
깨끗한 상아색에 파르스름한 빛이 감돌고 있다. 오른손의 골격모형처럼 생긴 그것은 사람의 것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컸으며 손목 부분에는 낫처럼 생긴 뼈가 돋아나 있다. 타카마가하라 근처에 위치한 영소 '번개의 요람'에 살고있는 거대 영수 라이쥬(雷獸)의 오른 앞발뼈다. 타카마가하라의 대장장이라면 한 번쯤 만져보고 싶은 아이템이기도 했다.
"이걸 어떻게좀 쓸 수 있게 해줘. 참고로 이건 전기를…."
"전기를 뿜어낸다고? 그건 알고 있어. 이걸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그래, 내 기술과 잇폰다타라에 내려오는 비기를 써서 이걸 훌륭한 무기로 바꿔주지."
대장장이는 후후하고 웃었다.
"뭐…, 괜찮겠지.."
베다는 대장장이를 보고 홀로 중얼거렸다.
"뭐하고 다녔던 거냐, 나."
다음날 베다는 대장장이가 내놓은 물건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마을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마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젯밤 거점에 있는 기록들을 살펴보니 스승인 엘모어가 이곳 사람들에게 현자로 칭송을 받았다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에게는 적의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도 그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서도….
대장장이가 내놓은 물건은 곡도였다. 칼날과 자루가 하나로 되어 있으며 모습을 보니 그 뼈를 깎아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형태는 타치에 가깝다. 거기에 푸른 빛이라고 확연히 구분이 갈 정도로 확연히 구분이 갈 정도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머리카락이 일어서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전력을 뿜어내고 있다.
뇌조골도. 일단 콘솔창에 나타난 이름이다. 그 외에도 사용 조건은 전격 저항 7위계 이상이다. 초기 어빌리티 포인트(Ability Point)를 모조리 투자한다 해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베다는 계승 캐릭터이기 때문에 아무런 어빌리티 포인트도 없는 상태였다. 차라리 라이쥬의 앞발뼈(전격 저항 5위계 이상일 시 방전으로 인한 대미지를 받지 않는다)가 더 허들이 낮았다. 대장장이에게 뭐라고 따지고 싶지만 뿌듯한 표정을 지은 것으로 봐서는 장난을 쳤다고 해도 자신은 모든 기술을 어김없이 발휘한 물건임은 틀림없었다. 베다는 이걸 따졌다가는 또 마을 평판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자 한숨이 나올 따름이었다.
베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뇌조골도를 인벤토리 깊숙한 곳에 봉인해두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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