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인다. 도로의 아스팔트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한여름의 수영장은 사람들로 복잡했다.
“더워….”
강림이는 소금을 탄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바로 옆의 실내 수영장을 바라보았다.
제2수도 지정기념공원 안에 위치한 대수영장. 완공 된지 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청소만으로도 50명 이상이 동원되는 어마어마한 넓이에 지금처럼 여름휴가철이면 200명 가량 아르바이트를 모집할 정도였다.
강림이도 휴가철의 막바지인 오늘로 아르바이트를 끝내게 되었지만 요 한 달간 실내수영장을 담당한 적은 한 번 뿐이었다. 운이 없는 탓이었다.
병에 담긴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두 시. 교대 시간이었다. 강림이는 절룩거리며 의자에서 내려왔다. 누군가가 목발을 건내주었다.
“고마워.”
강림이는 목발을 받아들었다. 눈앞에 건장한 체구에 갈색 피부를 한 남자가 입안 가득히 웃음을 짓고 있었다.
노달박. 나이는 강림이와 2살 많은25살이다. 노힐대학교 체육과 4학년이다. 나이를 알게되고 말을 놓으라고 말할 정도로 성격이 호쾌하다. 게다가 남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다. 강림이와는 이번 황금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와서 알게 된 사이였다.
“고맙긴 뭘, 들어가서 쉬어.”
달박이가 강림이의 등을 살짝 두드리고는 의자 위로 올라갔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달박이 림을 붙잡았다.
“너 월드 호라이즌이라고 아냐?”
월드 호라이즌(Would Horizon).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게임으로 알려져 있는 온라인 게임이다. 현실 이상의 자유도와 세계 각국의 신화를 토대로 한 방대한 설정에 그 무엇보도 세계관의 역사를 모조리 플레이어게 일임하는 대담함 때문에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가상현실에서 부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3년 전까지는 했었어.”
“너 다시 할 생각은 있냐?”
“글쎄…. 아직 생각중이랄까. 일단 이것부터 해결 해야지.”
림이는 오른쪽 무릎을 살짝 두드렸다. 부러진 지 반년이 다되어 간다. 재활치료를 시작한지 3개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목발이 없으면 무릎이 아팠다.
“그건 수영장 재개장까지 무리잖아. 그 동안이라도 하면 안 되겠니?”
“못할 것도 없지만, 무슨 일인데 그래?”
“그게 말이지. 어제, 정확하게는 오늘 새벽 2시에 4차 대격변이 끝났거든.”
대격변. 월드 호라이즌의 대규모 패치를 의미하는 말이다. 평소에는 손도 안 대던 개발자들도 이때에 게임에 손을 본다. 그렇다고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나 NPC가 역사적으로 커다란 사건을 일으킬 경우에 실시한다. 대격변의 기간은 대체로 1년 정도이지만 어디까지나 개발자들의 수정 능력에 달려 있다. 그동안 5대 4의 현실과의 시차비율이 100배 가까이 증가해버린다. 이는 초창기 베타시절에 배경을 석기시대로 설정한 것에 테스터들의 항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대격변이후의 변화한 세계를 비교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고 한다.
대격변은 월드 호라이즌의 거대한 이벤트이기도 하며 이는 이후 한 달 간의 체험 기간을 갖게 된다. 기존의 플레이어가 적응하도록 그리고 새로운 플레이어를 포섭하려는 목적이었다.
“동생이 이번 체험 기간 동안 도전하려고 하거든. 그런데 알다시피 난 이제 졸업준비를 해야 하니까. 네가 동생을 도와달라는 거지. 물론 공짜로 해 달라는 건 아니고 아르바이트처럼 하는 거니까.”
달박이의 말에 림이는 잠시 생각했다. 일단 돈이 들어온다. 전에는 대학도 다녔지만 무릎을 다치고는 그만두었다. 게다가 재활치료를 겸한 아르바이트장은 지금 내부 수리 중에 있다. 일단 돈도 벌어야 하고, 부업 비슷하게 하면 되겠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할 수야 있지만 나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걸.”
“그건 걱정하지 마. 동생용 캡슐을 주문해야 하니까. 우리도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니까. 일단 일주일 뒤에 연락할게.”
달박이는 이렇게 말하고 버스 승강장으로 뛰어갔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뭐,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재활훈련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재활치료를 한다는 병원도 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림이는 절뚝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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